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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서 쓴 방학 일기마냥 적었던 지난 3년치 회고글 이후 두번째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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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DR
경력직이긴한데 이직은 처음입니다.
올해 초 네이버라는 회사로 이직했고 이제 반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났다. 예전 같았으면 회고 같은건 쓸 생각도 못했겠지만 난생 처음 회고글을 써보고 그 가치를 알게되어 또 한번 써본다. 다만 이 글은 회고보다는 수기에 가까울 수 있겠다. 감정적인 내용은 최대한 빼고 이직 후 적응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에 조금의 성찰 정도만 곁들여 다소 건조하게 적으려 한다. “얘는 새 직장에 적응하면서 이런걸 느꼈구나~” 정도로만 봐주시면 좋겠다.
적응이 뭐 어려울까. 어차피 지금까지 하던 개발 비슷하게 하는건데.
어렵더라.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3년 가까이 일하다가 갑자기 큰 규모의 집단에서 일하려니 모든게 새로웠다. 익숙하지 않은 특정 기술들이야 각오했던 것이고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기에 늘 그랬듯이 공부하면 그만이었다. 정말 어려웠던 것은 우리 팀과 조직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이 조직이 일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었다. 적응하는 과정에서 꽤 어렵다 고 느껴졌던 몇가지를 추려봤다.
팀 이해하기
빨리 우리 팀에 스며들고 싶었다. 얼마전에 들어온 사람이 아니라 마치 원래 있었던 사람처럼 자연스러워지고 싶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이해하고 싶었던 게 우리팀의 정체성이었다. 우리 팀의 존재 의의가 무엇인지, 우리 팀이 해결하는 문제가 뭔지 같은 것들 말이다. 물론 이런건 문서에도 한두 문장으로 간추려서 정리되어 있고 팀원분들께 물어봐도 어느정도 공통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걸론 이해가 충분히 되지 않았고 당시엔 그게 스트레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초조했던 것 같다. 큰 조직 안에서 내가 속한 하나의 팀을 이해한다는건 당장 이 팀이 뭐하는지만 알아서 되는게 아닌데도 말이다. 제품이라는 큰 틀, 그 아래 수많은 요소와 이를 담당하는 수많은 팀들, 여러가지 히스토리. 위에서 아래로 차근차근 알아가다보니 결국은 우리 팀에 대해서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목적 조직에서만 일하다가 기능 조직으로 온 거라 조금 더 혼란스러웠던 것도 있다.
큰 조직이 일하는 법
작은 조직, 하나의 팀에서만 일해봤던 나는 큰 조직, 수많은 팀과 일하는 지금의 환경이 굉장히 낯설었다. 여러 팀이 협업해서 문제를 해결하는건 당연하다. 하지만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느 조직의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하는지, 도움을 요청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요청하는게 옳은지 판단하는게 어려웠다. 이건 좀 사소하지만 일면식도 없는 동료에게 선뜻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게 난 아직도 낯설다.
기술적인 부분
내가 기술적으로 정말 부족하다는걸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겼다. 처음엔 모든게 낯설어서 뭐부터 어떻게 배워야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당장 내가 업무를 함에 있어서 이걸 모르면 지장을 줄 수 있겠다 싶은 것 부터 우선순위를 높여서 공부하고 있다. 물론 그렇게 추려도 많은게 문제긴한데 그래도 해야지.😭
백엔드 경력직을 뽑을 때 왜 대규모 트래픽에 대처해본 경험을 그렇게 중요시 하는지 피부로 느끼고있다. 왜냐면 내가 그 중요한 경험 없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조금 부끄러운 말이지만 지금까지는 특정 기능을 개발하면서 트래픽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본적이 없었다. 물론 그런 고민을 아에 안했다는건 아니지만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고 실제로 그럴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여긴 아니다. 새로운 기능을 만드려면 우선 해당 기능에 얼마만큼의 트래픽이 들어올지 예상하고 또 그게 많다면 어떻게 안정적으로 받아낼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수다. 처음 마주해보는 이 문제가 너무 무섭지만 또 설레기도 하다.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너무 잘 알기에 최대한 준비해서 잘 헤쳐나가 보겠다.
개발자가 IDE 로 하는 일의 반 이상은 코드 쓰기가 아니라 읽기라고들 한다. 틀린말이다. 읽기가 80% 는 되는 것 같다. 코드 베이스는 내 생각보다 훨씬 넓고 컸다. 아무래도 새로운 스타일과 언어다보니 처음엔 읽는게 아주 더뎠지만 많이 읽다보니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 아무래도 훌륭한…